[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왜 우리는 닿아 있어도 외로울까

입력 2021-06-24 18:51   수정 2021-06-25 02:33

디지털 시대에 외로움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외로움을 ‘21세기의 재앙’이라고 표현했는가 하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사회적 불황’이라는 용어로 설명했다.

테리사 메이 전 영국 총리는 외로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2018년 세계 최초로 ‘고독부(Minister for Loneliness)’를 설립했다. 메이 전 총리는 영국 인구의 14%인 900만 명 이상이 고독감을 느낀다는 보고서를 접하고, 고독 전담 부처를 신설하면서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사람과 사물이 최첨단 기기로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 ‘초연결 시대’에 우리는 왜 이전보다 더 외롭다고 느끼는 걸까?


최근 독일에서 화제인 책 《새로운 외로움(Die neue Einsamkeit)》은 초연결 시대에 현대인들에게 엄습한 ‘새로운’ 외로움의 정체를 추적한다. 자본주의적 가치에 기반을 둔 현대 사회가 인간들의 감정과 삶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자세하게 분석해 소개하면서 남녀노소 모두의 삶에 빠른 속도로 전염되며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는 불청객인 외로움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친밀함, 끈끈함, 견고함과 같은 인간적 가치가 사라지고 생산성, 효율성, 유연성과 같은 기계적 가치가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다. 인간 사이의 친밀함이 사라지면서 그 공허함을 소비, 투자와 같은 자본주의적인 속성으로 채우려 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보복 소비 현상은 그 단면이다.

1991년생인 저자 디아나 킨네르트는 독일 기독민주당(CDU) 소속 정치인이다. 독일 연방사회통합위원회 위원이면서 주 정부와 시민·사회단체에 고독감과 격리에 대한 자문 활동을 하고 있다. 《새로운 외로움》은 현대인들이 겪는 새로운 외로움이 이전 세대가 겪었던 외로움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글로벌화와 디지털화는 지금까지 거의 탐구되지 않은 새로운 형태의 집단적인 외로움을 만들어내고 있고, 코로나19 확산이 초래한 비대면 일상은 사회적 고립감을 더욱 확산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찾아올 더 두려운 새로운 전염병, 정신적인 패닉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독일 전체 가구 중 무려 41%가 1인 가구로, 이 중 약 30%가 빈곤으로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독일 인구 가운데 1400만 명이 외로움의 영향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특히 젊은이들 가운데 25%가 자신이 외롭다고 느끼고 있다.” 외로움은 인간의 본질을 파괴하는 가장 고약한 감정이다. 외로움은 좀처럼 정체를 잘 드러내지 않으며 겉으로 잘 나타나지 않지만, 개인과 사회 모두에게 치명적인 감정이다.

책은 외로움으로 인해 현대인들이 불안증,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에 더욱 자주 노출되고 있으며 고독감은 치매, 뇌졸중, 심혈관질환과 같은 중증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외로움은 개인의 건강 문제를 넘어서 이제 사회공동체의 안녕을 위협하고 있다. 집단적 외로움은 부족주의나 급진주의를 부추기고, 사회 갈등을 유발하며, 결국 민주주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홍순철 <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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